RPG신작 대전 교제살인범 “진짜 죽었는지 확인하려고” 빈소 방문…범행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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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황준영 작성일25-08-10 15:59 조회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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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G신작 한낮에 대전 도심에서 교제했던 여성을 살해하고 달아난 뒤 음독을 시도한 20대 피의자가 수개월전부터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사건 발생 일주일 만인 이날 병원에서 퇴원하면서 체포된 A씨는 첫 경찰 대면조사에서 계획 범행을 인정했다.
A씨는 경찰에 “오토바이 리스 명의와 관련해 서로 다툼이 있었고, 리스 비용과 카드값 등을 대줬는데도 날 무시해 화가 나 죽여야겠다고 결심했다”는 취지로 범행 동기를 진술했다.
A씨는 3~4개월 전 피해자인 B씨 허락 없이 B씨 명의로 오토바이를 빌렸는데, 이에 B씨가 항의하자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B씨에게 오토바이 명의를 변경해 주겠다며 계획을 잡고 공유 차량을 빌려서 함께 이동하기로 한 날, B씨를 살해했다.
A씨는 범행을 위해 미리 흉기와 농약 등을 구입했고, 범행 직후 이 공유차를 타고 도주했다. 범행 이튿날 피해자 빈소를 방문한 이유에 대해서는 “진짜 죽었는지 확인해보려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A씨는 B씨 빈소를 찾기 위해 대전지역 장례식장 몇 곳을 방문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범행 동기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한 경찰은 이날 중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A씨는 지난달 29일 낮 12시8분쯤 대전 서구 괴정동 주택가 골목에서 30대 여성 B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범행 직후 현장에서 달아났던 그는 다음날 오전 11시45분쯤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경찰에 붙잡혔으나, 검거 직전 음독을 시도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당초 충북 진천의 한 병원에서 치료 중이던 A씨는 상태가 호전됨에 따라 전날 대전지역 병원으로 이송됐다.
A씨는 이날 오전 통원 치료가 가능하다는 의료진 소견에 따라 퇴원하고, 동시에 경찰은 지난달 31일 발부받았던 체포영장을 집행해 A씨를 검거했다.
카키색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경찰서에 모습을 드러낸 A씨는 “혐의를 인정하나”, “언제부터 범행을 계획했나”, “왜 흉기를 휘둘렀나”, “고인 빈소에는 왜 찾아갔나”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조사실로 들어갔다.
한편 B씨 유족은 이날 언론을 통해 두 사람이 결별한 직후인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11월 B씨가 가족에게 보낸 메시지를 공개했다. 당시 메시지에는 “(A씨가) 이러다가 갑자기 찾아와 죽인다 할까봐 겁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취향이라는 단어가 자주 유통되는 걸 본다. 어디까지 나라고 부를 수 있을까. 마음만 먹으면 모두가 모든 정보와 모두의 선택을 들여다볼 수 있는 이 시대에.
자원이 너무 많아졌다. 정보를 다루는 도구도 계속 늘어나는 중이다. 다 읽지 않아도 인공지능(AI)이 나를 대신해 논문과 책의 내용을 요약해주고, 1시간이면 10여분짜리 몰아보기 영상으로 네다섯 편의 영화를 볼 수 있다. 거의 모든 콘텐츠가 N차 창작물로 웹에 남는다. 웬만한 자원은 집에서 열람 가능한 ‘하이퍼 리소스’ 시대가 왔다.
뭐든 직간접적으로 체험 가능하다면, 무엇이 나에게 중요한 성분으로 남을까?
아이러니하게도, 모두가 모든 걸 가질 수 있어서 우리는 다르게 호명된다. 취할 수 있는 자원은 무한하고 시간이라는 자원이 유한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더더욱 선택에 신중해진다. 스쳐 가는 대상은 늘었지만 주목하는 시간이 줄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시간을 보내기로 결정한 대상들의 집합으로서 존재한다. 선택의 총합이 곧 그 사람인 시대에 들어선 거다. 트렌드 같은 말로 잠시 수렴하기도 하지만, 세대를 대표하는 담론은 점점 의미가 약해진다.
선택과 선택 사이에서 층이 조금씩 다른 팬케이크처럼 우리는 쌓인다. 개인이 곧 하나의 창구인 시대. 오로지 나만 나라는 개체를 증거하는 시대에 들어섰다.
작가를 예로 들어보자. 나는 다양한 취미를 가진 동료들을 알고 있다. K팝 댄스를 추는데 철학서를 종일 읽는 산문가. SF적인 상상력으로 시를 쓰면서 공항에서 일하는 시인. 50년 된 컵을 수집하는데 매일 헬스장으로 향하는 작가. 그리고 혼자 코인노래방에서 라이브를 켜고 J팝을 부르는 극작가. 그들은 생활 곳곳에 저마다 여러 개의 문을 만들고 그리로 들어간다. 글을 쓰지 않는 시간 동안 택한 삶이, 거기서 모인 재료가 자연스레 몸에 쌓인다. 생활이 언제나 글로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거울 앞에서 K팝 댄스를 춰본 시인의 시구에서 발견되는 역동성이 아무래도 그의 춤과 무관하지 않을 거다. 노래방에서 수년을 보낸 배우처럼 내가 쓸 수는 없는 일이다. 한 인간의 역사는 모두 다르게 퇴적되어서 기필코 독자적인 데가 있다. 그 시기의 우리는 한 번만 그렇게 존재한다.
‘취향’은 하나의 정거장이지 더 이상 집단을 대변하는 지표가 아니다. 자기 욕망을 탐닉하는 여러 개체가 교차하는 순간이다. 어딘가 닮았지만 고유한 바다로 기운 지도처럼 우리는 존재한다. 현재를 점검하는 종의 특징이기도 하다. 일인칭으로 동네를 쌓고 시간을 쌓으며 모색을 계속한다. 지도는 자란다. 라자냐처럼. 층마다 다른 팬케이크처럼.
태어나는 사람의 수만큼 축이 늘어나고 바닥이 깊어진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경영자의 의지 부족으로 예방조치가 미흡해 벌어진 산업재해에 대해서는 산업부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페널티를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5일 오후 경기도 가평군 신가평변환소에서 에너지공사 사장단과 함께 ‘전력인프라 건설 현장 점검 및 에너지공기업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또 “불법하도급이나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산업재해를 유발할 수 있는 불법이 발견된 경우에도 무관용 원칙으로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동서발전 등 발전5개사 사장단을 포함해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참석했다.
이는 지난 6월2일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고 김충현 노동자(50대)가 공작기계에 끼어 숨지고, 지난달 28일 한국동서발전 동해화력발전소에서 김모씨(33)가 비계 해체작업 중 8m 높이에서 추락사한 데 따른 것이다.
김 장관은 “태안화력발전과 동해화력발전에서 연이은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며 “사고 예방이 비용이 아닌 투자가 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함께 관련 법·제도를 조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고 경영자가 직접 사고 예방에 충분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는지, 적절한 안전절차를 확립하는지 등에 관해 관심을 갖을 것을 요구했다.
또한 “현장의 위험성과 안전관리 취약성은 현장 근로자가 가장 잘 알고 있다”며 최고경영자와 현장 노동자의 소통을 통한 현장 중심의 안전관리 문화 구축을 요구했다. 아울러 위험도가 높은 공간에 첨단 기술을 활용한 안전 장비를 선도적으로 적용하고, 협력사 노동자도 안전한 작업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산업안전 상생협력 모델도 만들어 가기로 했다.
얼음 ‘빙’에 물 ‘수’자 쓰는 빙수(氷水). 인류가 물질의 어는점과 녹는점에 착안해 만들어낸 과자다. 호모 사피엔스, 사람의 꾀는 빙수에도 깃들어 있다.
주재료는 얼음이다. 얼음이든 완성된 빙수든 한여름에 오래 견딜 수 없다. 그럼에도 입속에서 녹아 사라지기 전까지는 버텨야 한다. 제과사는 이를 염두에 두고 빙수를 설계·시공한다. 여기에 유지방이 껴들면 아이스크림이다. 청량음료·냉차·소르베(sorbet)·셔벗(sherbet)·아이스크림은 뒤섞여 있다가 빙수를 통해 의미 있게 분화했다. 빙과(氷菓), 곧 얼음과자의 영역에서 빙수의 의의다.
인공 제빙 기술이 없던 시절에는 어떻게 빙수를 만들었을까? 사람의 꾀에는 집요한 구석이 있다. 아득한 예부터 온 지구에 빙고(氷庫)가 있었다. 만년설의 얼음이든, 꽁꽁 언 강을 깨 켜고 캔 얼음이든, 빙고에 쟁였다가 온열질환에 약으로도 쓰고 빙과도 만들었다. 얼음 보관실의 마감이 석재면 석빙고, 토분이나 회면 토빙고, 목재면 목빙고다. 그 지붕을 짚이나 갈대나 왕골이나 띠로 덮은 빙고는 ‘초개빙고(草蓋氷庫)’라고 한다.
한반도는 어땠을까? 신라 때부터는 빙고를 써먹었다. 당나라의 역사를 기록한 <신당서> ‘신라전’에는 “여름에 음식물을 얼음 위에 둔다(夏以食置氷上)”는 구절이 있다. <삼국사기>에는 신라 지증왕 6년(505년) 11월 얼음을 저장한 기록이 있다. <삼국유사>에는 ‘장빙고(藏氷庫)’라는 시설 이름이 남아 있다.
19세기 말이 되자 한여름의 얼음은 인공 제빙 기술 덕분에 대중적인 빙과의 재료로 변신한다. 그러면서 권력자와 부자만 먹던 여름 빙수는 대중에게 퍼졌다. 식민지 시기에 얼음 공장이 돌아가던 서울·평양·인천·부산·마산·대구·영일·대전·원산·함흥·청진은 한반도에서 대중적인 빙수와 빙과의 시대를 열었다. 그러더니 이런 ‘문자 먹방’까지 태어났다.
“얼음의 얼음 맛은 아이스크림에보다도 밀크세-키(셰이크)에보다도 써억써억 갈아주는 ‘빙수’에 있는 것이다.”
“눈이 부시게 하얀 얼음 위에 유리같이 맑게 붉은 딸깃물이 국물을 지을 것처럼 젖어 있는 놈을 어느 때까지든지 들여다보고만 있어도 시원할 것 같은데 그 새빨간 데를 한술 떠서 혀 위에 살짝 올려놓아보라. 달콤한 찬 전기가 혀끝을 통하여 금세 등덜미로 쪼르르르 달음질해 퍼져가는 것을 눈으로 보는 것처럼 분명히 알 것이다.”
“빙수에는 바나나물이나 오렌지물을 쳐 먹는 이가 있지마는 얼음 맛을 정말 고맙게 해주는 것은 새빨간 딸깃물이다. 사랑하는 이의 보드라운 혀끝 맛 같은 맛을 얼음에 채운 맛! 옳다, 그 맛이다.”
잡지 ‘별건곤(別乾坤)’ 1929년 제22호 속 ‘빙수’의 몇 문단이다. 글쓴이는 사회운동가이자 어린이 문학가인 방정환. 이 꼭지는 ‘파영생(波影生)’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했다. 빙수는 이렇듯 운동가한테서, 운동가의 모습을 얼른 떠올리기 힘든 글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빙수는 먹을거리의 관능과 감각의 표현에서 전에 없던 수사의 동력이 되기도 했다. 빙수가 빙수 한 그릇으로 다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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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사건 발생 일주일 만인 이날 병원에서 퇴원하면서 체포된 A씨는 첫 경찰 대면조사에서 계획 범행을 인정했다.
A씨는 경찰에 “오토바이 리스 명의와 관련해 서로 다툼이 있었고, 리스 비용과 카드값 등을 대줬는데도 날 무시해 화가 나 죽여야겠다고 결심했다”는 취지로 범행 동기를 진술했다.
A씨는 3~4개월 전 피해자인 B씨 허락 없이 B씨 명의로 오토바이를 빌렸는데, 이에 B씨가 항의하자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B씨에게 오토바이 명의를 변경해 주겠다며 계획을 잡고 공유 차량을 빌려서 함께 이동하기로 한 날, B씨를 살해했다.
A씨는 범행을 위해 미리 흉기와 농약 등을 구입했고, 범행 직후 이 공유차를 타고 도주했다. 범행 이튿날 피해자 빈소를 방문한 이유에 대해서는 “진짜 죽었는지 확인해보려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A씨는 B씨 빈소를 찾기 위해 대전지역 장례식장 몇 곳을 방문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범행 동기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한 경찰은 이날 중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A씨는 지난달 29일 낮 12시8분쯤 대전 서구 괴정동 주택가 골목에서 30대 여성 B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범행 직후 현장에서 달아났던 그는 다음날 오전 11시45분쯤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경찰에 붙잡혔으나, 검거 직전 음독을 시도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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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이날 오전 통원 치료가 가능하다는 의료진 소견에 따라 퇴원하고, 동시에 경찰은 지난달 31일 발부받았던 체포영장을 집행해 A씨를 검거했다.
카키색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경찰서에 모습을 드러낸 A씨는 “혐의를 인정하나”, “언제부터 범행을 계획했나”, “왜 흉기를 휘둘렀나”, “고인 빈소에는 왜 찾아갔나”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조사실로 들어갔다.
한편 B씨 유족은 이날 언론을 통해 두 사람이 결별한 직후인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11월 B씨가 가족에게 보낸 메시지를 공개했다. 당시 메시지에는 “(A씨가) 이러다가 갑자기 찾아와 죽인다 할까봐 겁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취향이라는 단어가 자주 유통되는 걸 본다. 어디까지 나라고 부를 수 있을까. 마음만 먹으면 모두가 모든 정보와 모두의 선택을 들여다볼 수 있는 이 시대에.
자원이 너무 많아졌다. 정보를 다루는 도구도 계속 늘어나는 중이다. 다 읽지 않아도 인공지능(AI)이 나를 대신해 논문과 책의 내용을 요약해주고, 1시간이면 10여분짜리 몰아보기 영상으로 네다섯 편의 영화를 볼 수 있다. 거의 모든 콘텐츠가 N차 창작물로 웹에 남는다. 웬만한 자원은 집에서 열람 가능한 ‘하이퍼 리소스’ 시대가 왔다.
뭐든 직간접적으로 체험 가능하다면, 무엇이 나에게 중요한 성분으로 남을까?
아이러니하게도, 모두가 모든 걸 가질 수 있어서 우리는 다르게 호명된다. 취할 수 있는 자원은 무한하고 시간이라는 자원이 유한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더더욱 선택에 신중해진다. 스쳐 가는 대상은 늘었지만 주목하는 시간이 줄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시간을 보내기로 결정한 대상들의 집합으로서 존재한다. 선택의 총합이 곧 그 사람인 시대에 들어선 거다. 트렌드 같은 말로 잠시 수렴하기도 하지만, 세대를 대표하는 담론은 점점 의미가 약해진다.
선택과 선택 사이에서 층이 조금씩 다른 팬케이크처럼 우리는 쌓인다. 개인이 곧 하나의 창구인 시대. 오로지 나만 나라는 개체를 증거하는 시대에 들어섰다.
작가를 예로 들어보자. 나는 다양한 취미를 가진 동료들을 알고 있다. K팝 댄스를 추는데 철학서를 종일 읽는 산문가. SF적인 상상력으로 시를 쓰면서 공항에서 일하는 시인. 50년 된 컵을 수집하는데 매일 헬스장으로 향하는 작가. 그리고 혼자 코인노래방에서 라이브를 켜고 J팝을 부르는 극작가. 그들은 생활 곳곳에 저마다 여러 개의 문을 만들고 그리로 들어간다. 글을 쓰지 않는 시간 동안 택한 삶이, 거기서 모인 재료가 자연스레 몸에 쌓인다. 생활이 언제나 글로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거울 앞에서 K팝 댄스를 춰본 시인의 시구에서 발견되는 역동성이 아무래도 그의 춤과 무관하지 않을 거다. 노래방에서 수년을 보낸 배우처럼 내가 쓸 수는 없는 일이다. 한 인간의 역사는 모두 다르게 퇴적되어서 기필코 독자적인 데가 있다. 그 시기의 우리는 한 번만 그렇게 존재한다.
‘취향’은 하나의 정거장이지 더 이상 집단을 대변하는 지표가 아니다. 자기 욕망을 탐닉하는 여러 개체가 교차하는 순간이다. 어딘가 닮았지만 고유한 바다로 기운 지도처럼 우리는 존재한다. 현재를 점검하는 종의 특징이기도 하다. 일인칭으로 동네를 쌓고 시간을 쌓으며 모색을 계속한다. 지도는 자란다. 라자냐처럼. 층마다 다른 팬케이크처럼.
태어나는 사람의 수만큼 축이 늘어나고 바닥이 깊어진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경영자의 의지 부족으로 예방조치가 미흡해 벌어진 산업재해에 대해서는 산업부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페널티를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5일 오후 경기도 가평군 신가평변환소에서 에너지공사 사장단과 함께 ‘전력인프라 건설 현장 점검 및 에너지공기업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또 “불법하도급이나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산업재해를 유발할 수 있는 불법이 발견된 경우에도 무관용 원칙으로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동서발전 등 발전5개사 사장단을 포함해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참석했다.
이는 지난 6월2일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고 김충현 노동자(50대)가 공작기계에 끼어 숨지고, 지난달 28일 한국동서발전 동해화력발전소에서 김모씨(33)가 비계 해체작업 중 8m 높이에서 추락사한 데 따른 것이다.
김 장관은 “태안화력발전과 동해화력발전에서 연이은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며 “사고 예방이 비용이 아닌 투자가 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함께 관련 법·제도를 조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고 경영자가 직접 사고 예방에 충분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는지, 적절한 안전절차를 확립하는지 등에 관해 관심을 갖을 것을 요구했다.
또한 “현장의 위험성과 안전관리 취약성은 현장 근로자가 가장 잘 알고 있다”며 최고경영자와 현장 노동자의 소통을 통한 현장 중심의 안전관리 문화 구축을 요구했다. 아울러 위험도가 높은 공간에 첨단 기술을 활용한 안전 장비를 선도적으로 적용하고, 협력사 노동자도 안전한 작업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산업안전 상생협력 모델도 만들어 가기로 했다.
얼음 ‘빙’에 물 ‘수’자 쓰는 빙수(氷水). 인류가 물질의 어는점과 녹는점에 착안해 만들어낸 과자다. 호모 사피엔스, 사람의 꾀는 빙수에도 깃들어 있다.
주재료는 얼음이다. 얼음이든 완성된 빙수든 한여름에 오래 견딜 수 없다. 그럼에도 입속에서 녹아 사라지기 전까지는 버텨야 한다. 제과사는 이를 염두에 두고 빙수를 설계·시공한다. 여기에 유지방이 껴들면 아이스크림이다. 청량음료·냉차·소르베(sorbet)·셔벗(sherbet)·아이스크림은 뒤섞여 있다가 빙수를 통해 의미 있게 분화했다. 빙과(氷菓), 곧 얼음과자의 영역에서 빙수의 의의다.
인공 제빙 기술이 없던 시절에는 어떻게 빙수를 만들었을까? 사람의 꾀에는 집요한 구석이 있다. 아득한 예부터 온 지구에 빙고(氷庫)가 있었다. 만년설의 얼음이든, 꽁꽁 언 강을 깨 켜고 캔 얼음이든, 빙고에 쟁였다가 온열질환에 약으로도 쓰고 빙과도 만들었다. 얼음 보관실의 마감이 석재면 석빙고, 토분이나 회면 토빙고, 목재면 목빙고다. 그 지붕을 짚이나 갈대나 왕골이나 띠로 덮은 빙고는 ‘초개빙고(草蓋氷庫)’라고 한다.
한반도는 어땠을까? 신라 때부터는 빙고를 써먹었다. 당나라의 역사를 기록한 <신당서> ‘신라전’에는 “여름에 음식물을 얼음 위에 둔다(夏以食置氷上)”는 구절이 있다. <삼국사기>에는 신라 지증왕 6년(505년) 11월 얼음을 저장한 기록이 있다. <삼국유사>에는 ‘장빙고(藏氷庫)’라는 시설 이름이 남아 있다.
19세기 말이 되자 한여름의 얼음은 인공 제빙 기술 덕분에 대중적인 빙과의 재료로 변신한다. 그러면서 권력자와 부자만 먹던 여름 빙수는 대중에게 퍼졌다. 식민지 시기에 얼음 공장이 돌아가던 서울·평양·인천·부산·마산·대구·영일·대전·원산·함흥·청진은 한반도에서 대중적인 빙수와 빙과의 시대를 열었다. 그러더니 이런 ‘문자 먹방’까지 태어났다.
“얼음의 얼음 맛은 아이스크림에보다도 밀크세-키(셰이크)에보다도 써억써억 갈아주는 ‘빙수’에 있는 것이다.”
“눈이 부시게 하얀 얼음 위에 유리같이 맑게 붉은 딸깃물이 국물을 지을 것처럼 젖어 있는 놈을 어느 때까지든지 들여다보고만 있어도 시원할 것 같은데 그 새빨간 데를 한술 떠서 혀 위에 살짝 올려놓아보라. 달콤한 찬 전기가 혀끝을 통하여 금세 등덜미로 쪼르르르 달음질해 퍼져가는 것을 눈으로 보는 것처럼 분명히 알 것이다.”
“빙수에는 바나나물이나 오렌지물을 쳐 먹는 이가 있지마는 얼음 맛을 정말 고맙게 해주는 것은 새빨간 딸깃물이다. 사랑하는 이의 보드라운 혀끝 맛 같은 맛을 얼음에 채운 맛! 옳다, 그 맛이다.”
잡지 ‘별건곤(別乾坤)’ 1929년 제22호 속 ‘빙수’의 몇 문단이다. 글쓴이는 사회운동가이자 어린이 문학가인 방정환. 이 꼭지는 ‘파영생(波影生)’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했다. 빙수는 이렇듯 운동가한테서, 운동가의 모습을 얼른 떠올리기 힘든 글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빙수는 먹을거리의 관능과 감각의 표현에서 전에 없던 수사의 동력이 되기도 했다. 빙수가 빙수 한 그릇으로 다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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