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호우에…석굴암 진입로·부여 나성 등 국가유산도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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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황준영 작성일25-07-22 19:05 조회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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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청은 18일 오전 9시 기준으로 호우로 인한 국가유산 피해가 총 5건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피해가 발생한 국가유산은 사적이 3건, 국보·보물이 각 1건이었다. 지역별로 보면 충남이 4건으로 가장 많았고, 경북이 1건으로 나타났다.
국보 ‘경주 석굴암’의 경우, 석굴암으로 진입하는 일대의 사면 일부가 유실돼 진입로 부근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현재 안전선 설치 등 임시 조치는 마친 상태다.
지난 16일부터 많게는 400㎜ 넘는 극한호우가 쏟아진 충남 서산 일대에서는 보물인 ‘서산 개심사 대웅전’ 경내에 토사가 흘러내리는 피해가 발생했다. 국가유산청과 서산시 측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장막을 임시로 설치했으며, 향후 복원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충남 부여에서는 사비 백제기(538∼660)의 왕릉급 무덤 군인 ‘부여 왕릉원’ 동상총 사면이 일부 유실됐고, 나성 일부 구간도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여 왕릉원과 나성은 201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백제역사유적지구’에 속한다.
윤봉길(1908∼1932) 의사가 태어나서 자란 곳으로 알려진 충남 예산의 윤봉길 의사 유적에서는 진입로 인근을 비롯한 곳곳에서 토사가 유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국가유산청은 전날 오후 5시부터 국가유산 위기경보 단계를 ‘경계’로 운영 중이다. 국가유산청은 향후 피해가 발생한 국가유산에 긴급 보수비를 지원할 방침이다.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모는 직장인 A씨는 퇴근할 때마다 곤혹스럽다. 사는 곳이 구축 아파트여서 주차장이 좁기 때문이다. 옆 차와의 간격이 좁아 아랫배에 잔뜩 힘을 줘도 운전석 문을 겨우 빠져나갈 수 있을까 말까 한 경우가 많다.
조수석 창문을 옆 차에 바짝 붙여 하차 공간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고 싶은 마음 굴뚝 같지만 그럴 때면 또 “이렇게 바짝 붙여놓으면 도대체 차 문을 어떻게 열라는 거야” 하며 구시렁대는 옆 차 운전자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다. 아예 조수석으로 건너가 내릴까 생각도 해보지만 이번엔 또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콘솔 박스가 발목을 잡는다.
현대트랜시스가 A씨의 이런 고민을 한 방에 날려버릴 신기술 ‘콘솔 레일’을 개발했다. 지난 2월 현대차가 출시한 7인승 3열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9에 처음 적용됐다. 콘솔 박스가 레일을 타고 1열과 2열을 오간다. 운전석에 앉아 손잡이를 당긴 다음 콘솔 박스를 밀면 2열까지 이동한다. 널찍한 공간이 나와 가방 등을 보관하기 좋고, 정차 후에는 운전석과 조수석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다. 뒷좌석 승객들도 컵 홀더나 수납, 스마트폰 충전, 냉난방 제어 등 콘솔 박스의 기능을 십분 활용할 수 있다.
움직이는 콘솔은 자동차 시트·변속기 제조 전문 기업인 현대트랜시스가 콘솔 분야에 처음 도전해 내놓은 연구 성과물이다. 대부분 차량의 콘솔은 고정형 구조로 돼 있어 대개 1열 탑승자의 수납과 팔걸이 등 제한된 목적으로 사용된다.
신기술이 처음 적용된 아이오닉9의 ‘무빙 콘솔’은 마치 ‘얼음 위에서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작동하는 게 특징이다. 소음도 거의 없다. 동작 범위는 총 190㎜에 이른다. 콘솔 레일 자체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아 이물질이 유입되지 않는다고 현대트랜시스는 강조했다.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생활 공간으로 바뀌면서 시트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아이오닉9의 2열 시트는 180도 회전해 3열 승객과 마주 볼 수 있고, 타격식과 진동식 마사지를 결합한 ‘다이내믹 바디케어’ 기능을 활용하면 장거리를 달릴 때도 피로가 줄어든다. 주행 시작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운전석 시트 등받이와 쿠션의 공기주머니가 부풀었다 줄어들기를 반복하면서 허리와 엉덩이 부위의 자세를 잡아주는 ‘스마트 자세 보조’ 기능도 넣었다.
현대트랜시스 관계자는 “아이오닉9의 시트 설계 단계부터 공간 활용도와 사용자의 편의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연구개발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나는 지금 여기에 있지만 여기에 없다. 오후 6시의 지하철 2호선. 사람으로 가득 찬 틈바구니에 간신히 서 있다. 내 앞에는 나보다 키가 조금 큰 생머리의 여성이 있고 바로 뒤에는 등을 돌린 중년 남성이 손잡이를 잡고 서 있다. 또 그 앞에는 피곤해 보이는 남학생이 휴대폰으로 웹툰을 들여다보고 있다. 일상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이렇게 가까이 있다고 생각만 해도 소스라칠 일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괜찮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 여기 없기 때문이다.
나처럼 이 칸의 모든 사람이 최선을 다해 유체이탈 중이다. 쌀독 안에 든 쌀알처럼 서로 딱 붙어있지만 누구도 그걸 티 내지 않는다. 누군가 한 명쯤은 “아악!” 하고 비명을 지를 법도 한데 말이다. 모두가 휴대폰에 시선을 집중하며 몸과 영혼을 분리하고 있다. 당연하다. 이 지옥에서 영혼을 분리하지 못하면 미쳐버릴 거다. 나는 왜 살아야 하는가?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 악다구니에 끼어 일을 하러 가야 하는가? 갑자기 치밀어 오르는 삶에 대한 회의는 오직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일만이 막아줄 수 있음이다.
오후 6시의 ‘지옥철’다닥다닥 틈바구니 속휴대폰에 시선 집중한 채
백팩으로 머리 ‘퍽’느릿느릿 걷다 급정거막무가내로 비집고 타기출입문 앞 수문장
인간이 싫은 지경을 지나아무도, 아무 말도 않고척척척 집으로 향한다출구를 나서면 비로소 끝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
갑자기 뒤에서 누가 내 머리를 퍽 하고 친다. 보니 시커멓고 커다란 가방을 멘 남성이다. ‘아 제발 가방 좀 앞으로 메라’ 욕을 속으로 삼킨다. 환승지에 도착해 내리려니 사람에 끼어 내릴 수가 없다. “내릴게요!!”를 우렁차게 외치며 사람들을 마구 헤집는다. 문 앞에 내리는 사람들이 가득한데 그사이에 막 비집고 올라타는 사람들을 보니 성이 난다. ‘내리고 타라, 인간들아! 좀 내리자!’ 문 앞에 서서 휴대폰을 보며 잠시도 옆으로 물러서지 않는 사람들도 부지기수. ‘대체 무슨 수문장이라도 된 줄 아나? 왜 문을 지켜!’
출퇴근 시간에는 승강장에 내려 환승하러 가는 것도 난관이긴 마찬가지다. 하필 내 앞에 휴대폰 보면서 세월아 네월아 걷는 사람이 있다. 심지어 갑자기 우뚝 멈춰서기까지 해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우르르 부딪힐 뻔했다. ‘휴대폰 중독인 게 분명해, 쯧쯧.’ 마음속으로 온갖 욕을 하며 겨우 갈아타는 곳으로 간다. 이쯤 되면 사람이 싫다. 인간이 지긋지긋하다. 평범한 퇴근길 지하철이다.
수도권 지하철은 매일 500만명의 사람을 실어나른다. 1970년대 지하철 1호선이 개통해 지금은 9호선까지 생겼다. 그리고 분당선, 신분당선, 공항철도, 김포골드선, 서해선, 하남검단선, 우이신설선이 추가됐다. 지하철은 마치 살아있는 나무처럼 끝없이 가지를 만들고 있다. 수도권 시민의 발, 식상한 표현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정확한 표현은 없다.
지하철을 혼자 처음 탔을 때를 떠올려본다. 스무살에 서울에 처음 와 최초의 난관이 지하철이었다. ‘대체 어떻게 타는 거지?’ 그때는 후불교통카드도, 티머니도 없었다. 매표소에 가서 줄을 서서 기다리다 내 차례가 되면 1000원짜리를 내며 “화랑대역이요” 하고 목적지를 말했다.
지하철 표를 사고 나서도 한참을 타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을 관찰했다. 어느 구멍으로 표를 넣는지, 표를 어느 방향으로 넣는지 말이다. ‘표를 밀어 넣고 차단봉을 앞으로 밀면서 나가 튀어나온 표를 다시 뽑는다’를 속으로 외우면서 따라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뜨내기 천지인 서울에서 지하철 처음 타는 걸 뭘 그리 부끄러워했는지 모르겠다.
무사히 탄 게 끝이 아니었다. ‘잘못 내리면 어쩌지?’ 내가 내리려고 했던 역을 놓칠까 봐 노선도에서 하나하나 역을 눈으로 짚으며 서 있던 긴장감이 떠오른다. 서울에 온 지 한 달 동안은 환승 자체를 아예 못해서 1호선과 6호선만 타고 다녔다.
그때는 “안국역 가려면 이쪽으로 가는 게 맞아요?”라는 간단한 질문을 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여기 보세요! 막 상경한 촌놈입니다!’라고 누가 손가락질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런데 서울에서 좀 지내보니 이제는 서울 사람들이 나에게 길을 물어본다. 알고 보니 서울 사람들도 자기 동네밖에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요즘도 길을 잃고 “○○행 맞아요?”를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으면 열심히 응대해준다. 자주 가는 디지털미디어시티역은 경의·중앙선, 6호선, 공항철도 총 3개 노선이 지나는 환승역이고 승강장도 많아서 정말 물어보는 사람이 많다.
“저기 서울역 가는 거 어디서 타요?”
“1번 승강장인데요, 거기 한 시간에 한 번밖에 기차 안 오니까 공항철도 타고 가시는 게 나아요.”
“Sorry, where is airport line?”
“Follow this line. But it’s very very far!”
매번 헤매는 사람들을 적절한 통로로 집어 넣어주는 나를 보고 있자면, 코레일에서 나에게 상이라도 하나 줘야 할 것 같다.
지하철은 서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나를 항상 출발지부터 목적지까지 정확하게 데려다주었다. 서울에 온 지 6개월 정도 되었을 땐 벌써 능숙해져 역 이름도 외우고 호선별로 가는 곳도 파악하게 되었다. (참고로 그때는 지도 앱이 없어서 경로 검색 같은 것이 안 됐다. 노선도를 보고 다 알아서 해야 하는 시절이었다) 잘못 내릴까 봐 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쭈뼛거리던 내가 어떻게 하면 앉아서 갈까 연구까지 하기 시작했다.
일단 지하철에서 자리에 앉으려면 빠른 동체 시력과 행동력이 중요하다. 문가에 서서 기대 간다면 몸은 편할지 몰라도 앉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되도록 내릴 것 같은 사람 앞에 서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일단 환승역에서는 기본적으로 사람이 많이 내린다. 이때가 바로 크게 흐름이 바뀌는 빅웨이브다. 여기를 놓친다면 이제 살길은 더 꼼꼼한 관찰뿐이다. 데이트하는 커플은 합정, 망원 등에서 많이 내린다. 중절모를 쓴 신사 어르신은 종로3가에서 내릴 확률이 높다. 고시 책을 들여다보고 있는 학생은 노량진에서 내리고, 가이드북을 들고 있는 관광객은 명동역에서, 과잠을 입고 있는 대학생들은 신촌, 이대, 서강대 등 대학 이름이 붙은 역에서 많이 내린다. 트렁크를 든 외국인이라면 공덕역같이 공항철도로 환승이 가능한 역에서 내릴 것이다.
겉모습으로 파악하지 못했다면 이젠 몸짓언어를 연구할 차례다. 내리는 사람들은 일단 약간이라도 몸을 추스르기 마련이다. 가방을 무릎에 올리고 있었다면 새로 고쳐들고, 손에 뭔가 들고 있었다면 집어넣는다. 그리고 기대있던 몸을 살짝 일으키며 바깥이나 전광판을 보려고 한다. 혹은 끼고 있던 이어폰을 살짝 빼고 방송에 귀를 기울이는 자세를 취한다. 지도 앱으로 현재 위치를 찍어보기도 한다. 이런 사람 앞으로 재빨리 이동하면 앉아서 갈 확률이 높다. (그래서 반대로 내 앞에 사람이 서 있을 때는 자세를 바꿀 때 조심해야 한다. 괜히 내리지도 않으면서 마음만 설레게 할 수 있다)
지하철에는 상석도 있다. 일단 양 가장자리가 모든 사람이 공통으로 꼽는 상석이다. 한 사람이라도 옆에 덜 붙어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기에 자리가 나면 사람들이 자리를 옮긴다. (물론 성급하게 자리를 이동하려다가 원래 자리까지 빼앗길 수도 있다) 하지만 여름이나 겨울에는 바깥 날씨 때문에 가장자리보다는 가운데에 앉는 게 오히려 낫다.
이렇게 힘들게 잡은 자리라도 끝까지 앉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마침 머리가 반쯤 하얀 할머니 한 분이 탄다. 등에 짊어진 가방이 불룩해 무거워보인다. 양보를 해야 하지만 내키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일어나주면 좋을 텐데’ 눈치를 살살 보지만 아무도 일어날 기색이 없다. 다들 스마트폰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어 할머니가 탄 것조차 모른다. 잠시의 고민 끝에 운명을 받아들인다.
“어르신, 여기 앉으세요.”
“어?… 아이구, 고마워요….”
할머니는 ‘사양하고 싶지만 나도 힘들어서 어쩔 수가 없네, 미안허이’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 앉으신다. 나는 그 앞에 서서 손잡이를 잡는다. 그런데 할머니가 의자에 편하게 몸을 기대지 못하고 계속 이쪽저쪽을 두리번거리고 있다. 나는 행동의 의미를 안다. ‘나한테 자리 양보해준 고마운 젊은이에게 새로운 자리 찾아주기’를 하는 것이다!
“저기, 뒤에 자리 빨리!”
다음 역에 도착하자 할머니가 내 옷깃을 건드리며 재빨리 뒤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마침 자리가 하나 비었다. 나는 총알같이 날아가서 자리에 앉아 씨익 미소를 보낸다. 할머니는 그제야 편안히 자리에 몸을 기댄다.
“이번 역은 연신내, 연신내역입니다.”
드디어 다 왔다. 무릎에 뒀던 가방을 손으로 잡고 카드지갑을 꺼낸다. 이걸 본 30대 여성이 잽싸게 내 앞으로 이동한다. 몸을 일으키자 곧바로 여성이 ‘이 자리는 내가 앉는다’라는 단호한 몸짓으로 몸을 옆으로 돌리고 엉덩이를 들이민다. 그는 앉을 자격이 있다. 존경스럽다.
퇴근길 지하철, 많은 사람이 출구로 나가며 카드를 태그한다. ‘삑삑삑삑 삑 삑삑 삑삑 삑’ 끝없이 이어지는 알림음이 마치 음악 소리 같다. 이 곡의 이름을 ‘퇴근 왈츠’로 지어본다.
아무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척척척 집으로 향한다. 출구를 나서자 오늘도 무사히 끝났다는 안도감이 느껴진다. 그래봤자 내일 또 지옥철로 향해야겠지만 오늘은 굿나잇, 다들 좋은 밤 보내시길.
방학 기간이라 조용해야 할 대학 캠퍼스가 서머스쿨에 온 전 세계 젊은 학생들로 북적거린다. 이들이 캠퍼스를 누비며 외국어로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외국 대학인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무엇이 이들을 한국에 오게 한 것일까. 대체로, 한국이 너무나 매력적이라는 것이 요인이다. 지난 한 달 사이 넷플릭스 글로벌 시리즈 부문과 영화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오징어 게임> 시즌 3와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모두 한국 콘텐츠이니 그럴 만도 하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Maybe Happy Ending)>이 제78회 토니상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6개 부문 상을 휩쓸었다. 우리와 상관이 없는 줄 알았던 올림픽 수영, 피겨·스피드 스케이팅 종목에서 박태환·김연아·이상화가 금메달을 땄을 때와 비슷한 기분이 들었다.
영화나 뮤지컬은 같은 작품을 여러 번 보기도 한다. 그런데 뮤지컬은 현지에 가서 오리지널 팀 공연을 보려는 유인이 강하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런던이나 뉴욕에 출장 갈 때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를 찾거나, 뮤지컬을 보려고 일부러 가기도 하니 경제 유발 효과가 매우 크다.
스웨덴 혼성 팝그룹 ‘아바’의 노래로만 구성된 뮤지컬 <맘마미아!> 사례를 보면, 뮤지컬 성공을 발판으로 동명의 영화가 만들어졌고 이어 속편까지 흥행했다. 2022년에는 홀로그램 기술을 활용한 가상 콘서트 ‘아바 보이지(ABBA Voyage)’가 열렸고, 전용 극장이 건립돼 올드팬을 런던으로 모으고 있다. 원곡이 워낙 좋기도 하지만, 긴 공백기에 뮤지컬이 다리를 놓았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뮤지컬 <레미제라블>과 <오페라의 유령>은 1985년과 1986년 이후 지금까지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영상으로 제작된 25주년 기념 공연 실황은 극장에서 상영되기도 했는데, 전 세계 팬의 갈증을 덜어주고 저변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이 산업을 또 한 번 도약시켰다.
<어쩌면 해피엔딩>이 갑자기 나온 것은 아니다. 대학로 등 작은 무대를 넘어, 이제 뮤지컬 전문 배우 또는 가수로 인기를 얻은 스타가 즐비할 정도로 국내 뮤지컬 산업도 상당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다만, 상설 공연은 아닐지라도 장기 공연이 필요하다. 지속 가능한 공연 산업이 되기 위해서는 영화처럼 법적으로 하나의 실체가 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저작권법은 영상물의 시나리오 작가, 배우, 감독 등이 갖는 개별 저작권을 제작자에게 양도한 것으로 추정하는 조항을 두어 영상물 제작 참여자들 간 분쟁을 예방하고 있다. 안정적 투자 환경을 법적으로 마련한 것이다. 그런데 뮤지컬은 흥행에 성공한 후 참여자들이 개별적으로 저작권을 행사하여 분쟁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뮤지컬도 저작권법에 영상물과 같은 특례조항을 두면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지고 산업의 안정적 기반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최근 <오징어 게임> 사례에서 보듯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투자자인 넷플릭스는 천문학적 돈을 벌었어도 배우 등 개별 참여자에겐 그 수익이 충분히 돌아가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2025 경향포럼>에서, 인공지능(AI) 관련 논의는 기술적일 뿐 아니라 사회적이기도 해서 소수의 개발자나 기업이 주도해서는 안 되고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는 지나 네프 영국 케임브리지대 민더루 기술·민주주의 센터장의 주장은 매우 설득력이 있었다.
여기에서 정책 방향을 결정하고 재정을 배분하는 정부 역할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영화·드라마, 음악·뮤지컬, 관광 등 신성장 동력으로 확인된 문화 콘텐츠 산업은 저작권 문제에서 빅테크 및 AI 개발사와 갈등을 빚고 있다. AI를 훈련할 목적으로 저작물을 허락 없이 가져다 써도 면책하는 ‘텍스트 데이터 마이닝(TDM) 예외’ 조항을 저작권법에 두자는 의견이 AI 산업계에서 강력히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달간 연장된 한·미 관세 협상에서 미국이 폐지하라는 비관세 장벽 중에는 빅테크를 규제하는 국내법이 들어 있는데, 국내 이해당사자 간 합의가 통상 협상 못지않게 어렵다는 통상교섭본부장의 말에서 정부의 고민이 읽힌다.
토니상 수상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한국 뮤지컬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저작권법 개정이 필요하다. 아울러 온라인 플랫폼 규제 및 망 사용료 관련 법안 폐기 등 빅테크에 대한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미국 측 요구와 저작권을 장애물로 인식하는 국내 AI 산업계의 주장이 더해져, 정부가 관세 협상에서 이미 핵심 산업이 된 문화 산업을 단지 ‘지렛대’로 이용하지나 않을지 우려스럽다.
배우자의 외도를 감시하는 ‘감청 앱’을 판매해 수십억원을 챙긴 일당이 적발됐다.
부산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A씨(50대)를 구속하고 홍보담당자 B씨(30), 서버관리자 C씨(30대)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은 해당 앱을 이용해 불법 감청을 한 고객 12명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A씨 등은 2019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자체 제작한 누리집에서 휴대전화 통화와 문자 메시지, 위치정보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악성 프로그램 앱을 판매해 27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A씨 등은 앱을 소개하면서 ‘자녀 감시용 위치추적 앱이면서 합법적인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다. 유튜브, 블로그, 이혼소송 카페 등에서는 ‘배우자나 연인의 외도를 감시할 수 있다’고 홍보해 고객을 모았다.
경찰이 확인한 고객은 5년간 모두 6000여명이었다. 불법 감청 등 범죄 혐의점이 확인된 고객은 30대 이상 성인 12명이었다. 이중 남성은 2명, 여성은 10명이었다.
A씨 등은 피해자들이 자신의 휴대전화에 앱이 설치됐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게 하려고 앱의 아이콘을 보이지 않게 제작했다. 게다가 고객들에게 백신에 탐지되지 않도록 앱을 설치하는 방법도 알려줬다.
이런 치밀함 덕분에 A씨의 고객들은 자신의 배우자나 연인 몰래 휴대전화에 앱을 설치한 이후 짧게는 1개월에서 길게는 5년에 걸쳐 통화 내용, 문자 메시지, 위치 정보 등을 불법으로 감시할 수 있었다. 업체 서버에는 통화내용이 저장돼 언제든지 내려받아 다시 들을 수도 있었다.
이들은 석 달에 150만원에서 200만원에 이르는 돈을 받고 해당 앱 이용권을 판매했다.
경찰은 이들이 불법으로 수집한 위치정보 200만개와 통화 녹음파일 12만개를 압수하고, 범죄 수익금 중 16억6000만원을 기소 전 추징보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어떤 사유로든 타인의 통화내용을 감청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타인이 휴대전화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잠금 기능을 설정하는 등 보안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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